감시자들, 2013
* 스포는 하얀글씨. 긁지 말 것.
영화 [감시자들]을 봤다. 근 한 달 만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
친구가 추천하고, 가족이 추천하고, 해도 별로 볼 생각은 없었으나.... 시간을 떼우기 위해 급하게 뛰어가서 영화 시작 8분만에 자리에 안착.
더운데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엄청나게 눅눅했으나, 긴장감이 서늘하게 몸을 식혔다.
전체적으로는 굉장히 흥미롭게 봤다. 영화 [도둑들] 처럼, 장르가 다소 모호한, 액션이라고 하기엔 스케일이 작고, 스릴러라고 하기엔 긴장감 - 앞서 표현한 긴장감과는 사뭇 다른, 스릴러 특유의 공포섞인 긴장감 - 이 덜한, 하지만 볼거리는 풍부한 영상이었다.
특히나 눈에 띄는 부분은, 독특한 카메라워크. 머리 뒷쪽에 카메라가 달려있는 듯한,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올 법한 카메라워크가 액션씬에 더해지니 생동감이 훨씬 더 극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사건이 종료된 후 테잎이 멈추는 부분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던지, 한효주님의 손가락, 극 중 총경(진경님)이 지시를 내리는 장면에서 한바퀴를 돌아 훑는 등의 표현이 정말 좋았다.
그러나 극중 꽃 돼지(한효주님)가 그림자(정우성님)를 쫓을 때, 갑자기 비가 그치는 장면에서 부자연스럽게 맑아지는 하늘이라던지, 펼쳐놓은 지하철역 지도 위에 떨어지는 송골매(설경구님)의 피라던지, 그림자가 마지막으로 스승이자 의뢰인(김병옥님)을 정리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 마치 최종보스를 처리하러 가기 위한 관문인냥 쭉 뻗은 한갈래 길 사이사이에서 조무래기들이 나오는 장면 - 그래도 질질 끌지 않고 찰나에 최종보스를 끝내버리는, 그리고 끝까지 시선을 떼지 않는 장면은 매우 강렬하고 마음에 들었다. - 등은 다소 작위적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좋았는데, 총경역의 진경님의 카리스마가 관객들의 흐트러지는 주의를 휘어잡았고, 조금 딱딱한 듯 어색한 한효주님의 연기도 극 중 배역과 잘 어울려 나쁘지 않았다. 우려했던 준호님의 연기도, 나름 괜찮았다. - 물론, 캐비넷 앞에서의 대화 장면을 제외하고. - 외모적으로도 역할 이미지에 잘 어울리고,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키 캐릭터로써의 롤도 톡톡히 해주어서 첫 연기 도전으로 꽤나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을 것이라 예상한다.
다만, 정우성님의 연기는 볼때마다 생각하지만, 눈빛, 표정, 특유의 분위기 모두 아주 멋지고 좋으나, 너무 과하다. 특히나 영화 초반에 나오는 지하철 전화씬이 마음에 걸렸다. 그 동안의 필모그래피에서 연기 변신이 별로 없었던 점도 많이 아쉽다. 스스로도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지 싶을 정도. 어느 정도 달라질 필요가 있지 않나, 하고 혼자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