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이지 '풍경'을 찾고 있어.

자신이 몸을 두어야 할 풍경.

그 안에 있으면서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그런 풍경.

.

.

.

맞아. 응. 나는 '풍경'을 찾고 있어.

그것은 잊어버린 어린 시절의 기억일지도 모르고,

더 옛날 어머니의 뱃속에서 본 꿈일지도 몰라.

태어나기 전의 혼돈 속에서 본 뭔가일지도 모르지.

혹은 자신의 죽음의 다음에 있는 뭔가 - 천국인가 아니면 지옥인가. 나는 뭐든 상관없다고 생각해."

 

 

 

"패러다임이라는 말은 알지?"

 

"네, 그야 일단은."

 

"'과학자들이 공통으로 활용하는 개념 도식이나 모델, 이론, 용구, 응용의 총체' - 원래는 과학사학자 토마스 쿤이 [과학 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제창한 개념이야.

 

자연 과학뿐 아니라 사회 과학에서도 인문 과학에서도 연구자는 모두 그 시대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부터 자유롭기가 불가능해.

 

그러나 예를 들어 천동설이 지동설로 대체되었듯이, 혹은 뉴턴 역학에서 상대성 이론, 그리고 양자 역학으로라는 식으로 구조 자체가 크게 전환되는 일도 있어.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하지.

 

게다가 이 용어는 과학의 분야에 그치지 않고, 그것들을 전부 총괄하는 레벨-우리들의 세계관이나 의식, 일상생활의 형태에까지 부연해서 쓰여. 이 경우, 메타 페러다임이라고 하지만.

 

요컨대 우리들은 언제나 시대나 사회를 지배하는 어떤 패러다임 위에서 매사를 보고 생각하고 있다-아니, 생각되어지고 있다는거야.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근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그것은 무엇인가 하면, 이른바 근대 과학 정신-기계론적 세계관이고, 요소환원주의라는 거야.

 

'과학성' '객관성' '합리성' ……

 

우리들은 이러한 여러 가지 말이나 개념에 '옳다'라는 가치를 전제한 후에 매사를 파악하고 사고하지.

 

오귀스트 뒤팽을 비롯해 셜록 홈즈든 엘러리 퀸이든 고전적인 미스터리에서 활약하는 명탐정들은 그 화신 같은 사람일 거야.

 

이 중에서도 예를 들어 '객관성'이라는 것은 이론 물리학에서 오래전에 부정된 것 같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일반인의 세계관, 가치관을 흔들게 되지는 않았어."

 

"'객관성'이 부정되고 있다는 겁니까?"

 

"그래.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서 시작되어 유명한 솔베이 회의의...... 아아, 그런 세세한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요는 관측에는 반드시 관측 주체로서의 '나'가 존재한다는 거지.

따라서 제일 중요한 문제는 객체로서의 실존 그 자체가 아니라 주체와 객체의 상호 작용이야.

더 풀어서 말하면 우리들이 보고 있는 세계는 바꿔말하면 우리들 자신의 인식 구조라는 거지."

 

.

.

 

"그러나, 흠, 예를 들면 말이지, 극단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코시마의 원숭이 일화는 아나?"

 

"원숭이? 그게 뭡니까?"

 

"유명한 이야긴데. 미야자키 현 코시마에 생식하는 일본원숭이에게 모래로 더럽힌 고구마를 주었을 때, 원숭이들은 처음에 그것을 먹으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어린 암컷 원숭이 한마리가 더러운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것을 생각해 냈어.

말하자면 거기서 원숭이들의 사회에 '고구마 씻기'라는 새로운 문화가 태어났다는 거야.

이윽고 이 문화는 같은 섬의 원숭이들에게 퍼져 가.

 

그렇게 해서 몇 년이 흘러 고구마를 씻는 원숭이가 어느 정도의 마릿수에 달했을 때, 하나의 이변이 일어났다는 거야."

 

"이변?"

 

"응. 그야말로 이변이지. 편의상 이 '어느 정도의 마릿수'를 100마리라고하자.

100마리째의 원숭이가 고구마 씻기를 배운 바로 그 날 중으로 섬에 서식하는 원숭이 전부가 고구마를 씻기 시작했어."

 

"갑자기, 말입니까?"

 

"그래. 마치, 그 100마리째의 원숭이의 출현에 의해 뭔가가 임계점을 넘어 버린 듯이 말이야.

롤플레잉 게임에서 말하는 '레벨이 올랐다'는 거지.

 

그뿐만이 아니야. 그 일을 경계로 '원숭이의 고구마 씻기'는 바다를 건너 전국의 다른 곳에서도 자연 발생처럼 일어났다는 거야.

 

라이얼 왓슨의 [생명조류]에 소개된 사례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많은 것 같지만.

 

어떤 일은 진실이라 생각하는 사람 수가 일정의 수에 달하면, 그것은 만인에게도 진실이 된다.

사상이나 유행 같은 사회 현상에서는 명백한 것이지만, 이것이 자연계에서도 널리 존재한다는 거지.

 

왓슨은 '콘틴젠트 시스템'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시스템을 상정해서 이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했어.

 

아주 비슷한 것으로 '형태형 성장 이론'이라는 것도 있어. 루퍼트 셸드레이크라는 학자의 설이야.

같은 종 사이에는 시공을 넘은 어떤 연결이 존재해서 '형태형 성장'이라는 장을 통해 종끼리의 공명 현상으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며 거는 이에 따라 종의 진화를 설명하려고 했어.

 

어떤 종에서 진화해 발생한 새로운 종은 자신들의 '형태형 성장'을 가진다.

그리고 그 새로운 종의 수가 일정량에 달했을 때 떨어진 곳에 사는 아직 진화하지 않은 동종에게도 똑같은 진화를 재촉한다는 거지.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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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세린 실험에 있어서도 같은 '형태형 성장'이 있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Posted by 超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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