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위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부당한 일들은 '이건 아니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그 순환을 깨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무작정 부리는 용기는 만용이 되기 쉽고 다치기만 한다.

 

 

탐욕도 경쟁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쉽게 무소유의 삶을 살 수 없다. 대신 일희일비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묵묵히 내 페이스대로 가려는 것이다. 친구의 성공, 연애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조금씩 천천히 묵묵히 자신이 생각하는 약간 느리다 싶은 호흡과 속도로 가려고 한다. 그때까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옆도 보지 않을 것이다.

 

 

" 사람은 해야 하는 것하고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갈등을 하며 살아요. 해야 하는 것만 하면서 살면 너무 힘들죠. 살아가는 것이 살아지는 것은 아니죠. "

 

 

첫째, 머리만 쓰던 사람에게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이 거꾸로 잘 먹히지 않는 수가 있다. 이미 자기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를 찾으려고 무던히 애를 써왔기 때문에 철주가 무슨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하더라도 " 이미 저도 그 생각을 해보았어요. 그 정도는 나도 알아요." 라고 대답하기 일쑤다. 이런 유형에게는 전혀 다른 방향의 접근이 의외로 짧은 시간에 효과를 보일 수 있다.

둘째, 멈춤의 필요성을 스탠딩을 통해 깨닫게 하려는 것이었다. 등산을 하는데 발밑의 흙과 앞 사람의 등산복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정상에 오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인생은 봉우리에 올랐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더 높은 봉우리, 봉우리의 연속, 그것이 인생이다. 따라서 가끔은 멈춰 서서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주변 경관도 찬찬히 즐기고 물 한 모금 마시면서 멍 때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10분 전에 제치고 올라왔던 사람이 내 앞을 지나치더라도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페이스가, 내게는 내 페이스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또 꼭 끝까지 올라가야만 등산은 아니라는 것, 지겨우면 멈춰서 놀다가 내려와도 되는 것이 즐기는 등산이요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 내려놓는 거예요. 맞서 싸우려 하지 말고 그냥 몸을 맡겨보는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맞서 싸우려다 보면 부서져버려요. 수많은 자기계발서나 리더십 책들은 강해져야 한다고, 위대함 그 너머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우리를 부추겨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완벽을 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컵에 물을 꽉 채우려면 물이 넘쳐야만 해요. 낭비가 발생하고, 바닥이 젖는 피해가 생기는 거죠. 그런 희생 없이는 완벽한 한 잔은 만들어지지 않죠. 이렇게 완벽은 어려울뿐더러 희생도 따르는데 그 희생도 감당하기 힘들잖아요? 그럼에도 완벽에 집착하니까 무리를 하게 되고 현재에 만족을 하지 못해요. 완벽한 한 잔이 되지 않은 잔은 채워지지 않았다고 여기니까. "

 

 

" 정상의 범위를 너무 좁혀서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해서. (…) 그냥 정상적이라는 삶을 한결같이 사는 것도 지루한 것 같아서. "

 

" 한마디로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지셨다. "

 

" 그렇지.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직구 같은 삶, 정상이지만 재미없잖아. 홈런 맞기 쉽고. 그보다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서 구석구석 찌르는 볼 같은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같은 볼이 투수로서는 훨씬 매력적이거든. 또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니 전에는 당연히 볼로 보이던 것들도 스트라이크일 수 있더라고. 맞춰 잡는 거지. 모든 타자를 삼진으로 잡는 투수가 멋지기는 하지만 경기는 너무 재미없어지겠지. 완벽한 투수 혼자 아무리 잘 던져도 이길 수는 없어. 비길 수 있을 뿐이지. 야수를 믿고 맞춰 잡는 것. 1, 2점 정도는 주더라도 타자들이 잘 쳐주기를 기대하는 투수가 나와야 경기가 재미있어지잖아. 물론 던지는 투수나 감독은 피가 마르겠지. 하여튼 요즘 내 생각은 인생에서 몇 점 정도 내줘도 끝에 이길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게 아닌가 한다는 거야. "

 

 

변화를 두려워하고 쥐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고 죄악은 아니다. 그러나 행복을 추구한다면, 그것도 스릴 있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매일 느낄 수 있는 그런 삶을 원한다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까지는 아니라 해도 최소한 선택을 미루지 않고, 변화의 시점을 회피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앉아서 기다리는 삶에서 만들어가는 삶으로 체질 전환을 하는 것, 희생이 있을 수 있고 변화의 과정에 괴로움이 따를 것이다. 결국 자기 인생이다. 후회를 견딜 자신이 있다면 저질러보는 게 낫다.

 

 

사람이 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관성의 힘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하고 싶지만 변하는 데 드는 비용과 귀찮음, 변화 과정의 괴로움이 싫어서 '불편하지만 익숙한 것'에 머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장벽을 뚫는 계기가 필요하다. 작은 물꼬의 트임이 큰 강의 흐름을 바꾸는 시작이 된다.

 

 

 

 

 

 

 

 

 

 

Posted by 超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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