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마주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마음속을 의심하지 않는다. 몸이 부자유한 만큼 영혼은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형사는 달랐다. 장애인이라고 반드시 교활하지 않다는 보장은 없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니, 애초에 장애인이라는 것 자체를 의심하고 있었다.

마음이 꼬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는 공정한 눈을 갖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옮긴이의 말>

 

한 사회에서 주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그때그때 적절한 가면을 번갈아 얼굴에 붙이고 나서는지도 모른다. 각각의 직업에 적합한 가면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임시방편의 가면을 둘러쓰기도 한다. 가족이나 직장에서의 위치에 다라 가면의 모습이 다양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어쩌면 마지막까지 지녀야 할 본래의 얼굴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허상인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 남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가 원망이 되어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은 참으로 무섭다. '어떤 일로 인간이 상처를 입는지 타인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그러면서도 그 가면 밑의 맨얼굴이라는 허상을 추구하는지도 모른다. 존재하지 않는 동일범, 존재하지 않는 스토커를 추적하는 형사와 호텔리어의 이야기는 좀 더 넓게 보자면 그런 우리의 자화상일 것이다.

 

 

 

 

 

 

 

 

 

Posted by 超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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