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vs 김어준

 

심리학 용어 중에 '통제력의 착각' 이라는 게 있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세상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지만 착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떤 현상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은 과대평가하고 우연이나 통제 불가능한 요인으로 인한 것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이 현상은 때로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해서 불필요한 좌절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자기중심적 세상보기'라는 치명적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사람은 자기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통해서 자신을 규정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거울보기'다. 자기 얼굴을 직접 볼 수 없고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 이건희 vs 조영남

 

열등감이란 인간이 좌절을 겪었을 때 생기는 감정이다. 인간은 생로병사라는 근원적인 좌절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므로 모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열등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린 보통 가진 것이 없을 때 좌절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좌절로 인해서 스스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하는 게 더 옳을 수도 있다.

 

몇년 전에 TV광고를 연출하는 감독으로부터 재미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CF감독에게 가장 피가 마르는 순간은 완성된 작품을 가지고 클라이언트 앞에서 시사회를 할 때라고 한다. 시사회장에서 CF를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나 제스처, 하다못해 기침소리까지에도 예민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감독은 가끔 시사회장에서 장난(?)을 친단다. 그 회사의 이름이나 브랜드명을 표시하는 자막을 일부러 약간 삐딱하게 집어넣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시사회장에 있던 열 명 중 열 명 모두가 그 삐딱한 자막에 신경이 쓰여 다른 부분에 제대로 정신을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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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누구에게나 조금씩 있는 열등감의 심리적 구조도 그와 비슷할지 모른다. 문제의 본질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지엽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말이다. 비뚤어진 자막 때문에 정작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친다면 이것보다 더한 어리석음이 없다. 그러나 열등감에 사로잡히면 모든 것이 그 필터를 통해서만 인식되기 때문에 삶의 태도나 가치관, 대인관계 등이 모두 그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열등감이 없는 사람은 없다. 남한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내게는 너무나 심각한 일인 경우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열등감이란 감정은 마치 변종 아메바처럼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열등감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실상은 '마음의 자막'을 하나 갈아 끼우는 간단한 작업만으로 해소될 수 있는 경우가 참 많다. 그럼에도 당사자는 죽을 듯 괴로워한다. 아마도 그게 우리네 삶인 모양이다.

 

 

 

- 장세동 vs 전유성

 

그러나 프리츠 펄스의 학설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자유의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는데, 그 이론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것이다. 성격발달에 대한 그의 기본이론은 '환경 의존'으로부터 '자아 의존'으로의 변화이다. 다시 말해 부모나 사회의 가치관에 의존하는 삶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여 그것대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핵심과제라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도덕적 체계, 지적 체계, 종교적 체계에 의존하지 말고 '나의 실존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 자신이 져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자신의 자유의지를 갖지 못하거나 그런 의지를 환경에 의한 억압으로 펼치지 못하는 것만큼 불행하고 쓸쓸한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그에 수반되는 행동에너지는 그만큼 중요하다.

 

몇 가지 물건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은 사람이 오랜 생각 끝에 하나를 선택했다고 가정하자. 선택 후 사람의 반응은 선택 전과는 달라진다. 자기가 선택한 것은 확실히 좋은 것이었다고 확신하며,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때론 자기가 선택한 것에 대해 적극적인 선전자로 변하기도 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상표충성도(Brand Loyalty)'는 그런 심리적 이유로 생겨난다.

 

"내 일은 내가 하고 당신 일은 당신이 하는 것. 내가 당신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당신 또한 나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것. 당신은 당신, 나는 나, 우연히 서로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 그렇지 못할 땐 어쩔 수 없는 일." - 프리츠 펄스의 기본사상

 

그러나 완전한 자유인은 튀는 사고에 의해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완성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행동 없는 자유의지란 공상가의 심심파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가 갈증을 느낀 사람이 있다. 그때 그 사람의 주관심사는 '갈증'이고 '일'은 부관심사이다. 그러나 물을 마시고 나면 주관심사였던 '갈증'은 그에게 배경이 되어 물러나고 부관심사였던 '일'이 그제서야 비로소 주관심사가 되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주관심사와 부관심사가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며, 그 순환이 원활할 때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주관심사로 무언가 떠올랐는데 그것을 해소시키기 위한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의 삶은 거기서 막혀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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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생각만 있고 행동이 뒤따르지 못하는 일종의 '정신적 변비현상'이다. (...)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만 반복하다가 결국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하면서 '무난하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이라며 자위하고 만다. 행동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을 숨기면서.

 

 

 

- 박종웅 vs 유시민

 

"세상은 완전히 희거나 검은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며 타고난 악당과 성인군자가 싸우는 무대도 아닙니다. 세상은 불완전한 인식 능력을 지닌 불완전한 인간들이 고뇌와 번민 속에서 서로 다투면서, 그리고 저마다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을 바로잡아가면서 살아가는 곳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저는 언제나 '올바른 생각'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 유시민

 

"스스로를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여기지 말라. 전세계 묘지에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 드골

 

 

 

- 김윤환 vs 김윤식

 

"모든 작가들은 내 스승입니다. 작가가 잘나서가 아니고 작가가 작품을 쓸 때는 항상 자신의 의도를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에 묻혀 있는 작품이나 현재 창작돼 나오는 무수한 작품들에서 좋은 작품을 보면 신바람이 나요. 그리고 그것을 알리기 위한 견딜 수 없는 용솟음이 나를 글쓰기로 내몹니다. 훌륭한 작품을 다시 창작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내밀하게 읽어내는 것이 제 몫 아니겠습니까? 나는 그렇게 생산된 텍스트들을 보면서 세상과 인간을 배웁니다." - 김윤식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칫 그것 때문에 삶의 목적이 훼손되고 왜곡될 위험은 없는 것인가. '변화에의 적응'은 절대 진리인가. 도도한 변화의 물결 속에 몸을 맡기기는 하되 적어도 '미쳤다'라고 외칠 수 있는 자기 내면의 한 부분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남겨놓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 봉두완 vs 이외수

 

'잘못을 부끄러워하라. 그러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은 부끄러워하지 말라.' - 루소

 

"동물은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고 인간은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법이지요. 그대가 만약 동물적인 사랑에 성공하고 싶다면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고 그대가 만약 인간적인 사랑에 성공하고 싶다면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 이외수

 

"나는 재능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지만 난 열등감을 선물받았다. 신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 뉴욕의 신체장애자회관에 적힌 시의 한 구절

 

 

 

- 정형근 vs 마광수

 

"하고 싶은 행동을 다할 수는 없는 게 세상입니다. 하지만 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됩니다." - 마광수

 

 

 

- 김우중 vs 정동영

 

돈이 생기면 삼겹살을 사 먹곤 하던 가난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었다. 그는 꽃등심을 먹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생겼지만 그 돈으로 삼겹살을 2배 시켜 '마음껏' 구워 먹는 것으로 대신한다. 자기가 부자라는 새로운 자기 인식이 생기기 전까지, 그의 '자기 인지상'은 아직 가난하던 시절의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자의식(self-awareness)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자의식이 명확하지 않을 때 사람은 필연적으로 자기 정체성(identity)의 혼란을 겪는다.

 

김우중의 오랜 친구이자 고문 변호사였던 석진강의 지적은 가슴에 와닿는다.

"일반적으로 실패의 원인을 찾는 것은 아주 쉬워요. 어떤 의견이 제시되었을 때 부정적으로 비판하기는 아주 쉽습니다. 그건 실패한 다음에 이유를 갖다붙인 거지, 그것이 꼭 원인이 되었다고 보지 않는 것이 건전할 것 같습니다."

백 번 공감한다. 매독이라는 성병을 정신과 의사가 치료하던 시절이 있었다. 매독에 감염되면 '스피로헤타 팔리다'라는 나선균이 뇌신경을 건드려 정신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 한 대면 치유될 환자를 앞에 놓고 어린 시절부터의 기억을 말하게 하며 정신분석 치료를 한 것이다. 드러난 결과만을 보고 그 원인을 유추할 때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이다.

 

영웅이여, 그대는 아는가! 때론 좌절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며 능력이란 것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현실에서 크나큰 좌절과 실망, 열등감에 휩싸일 때 무기력해지면서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현실을 직면하게 됐을 때의 좌절을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심약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그 현실이 주는 좌절과 고통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클 때, 사람은 자신의 절망이나 무기력감을 완전히 부정하고 오히려 그 정반대의 감정 상태를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조증이다.

 

 

 

- 이회창 vs 이회창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매사에 빈틈없이 치밀해서 실수 같은 것은 전혀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현미경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렇게 세심하다. 그러나 그 세심함 때문에 중요한 부분에 의외로 큰 '심리적 구멍' 즉 '라쿠나(Lacuna)'가 생긴다. 면접에 대비해서 며칠 전부터 입고 갈 옷, 신발, 예상질문까지 완벽하게 마스터한 취업준비생이 정작 면접 당일에 지각을 하게 되는 경우와 같다.

완벽주의자는 불안의 정도가 매우 높다. 그 불안감 때문에 미세한 것까지 철저히 대비하지만, 불안이 너무 커지면 오히려 쉬운 일, 상식적인 일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다. 완벽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사람은 심하게 불안해질 때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생긴다.

 

 

 

 

 

 

 

 

 

 

 

 

 

 

Posted by 超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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