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어금니를 일부러 흔들어보는듯한 가벼운 쾌감.

 

 

"자신이 없냐?"

라고 물었다. 가가는 거꾸로 "자신있어"라고 큼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렇다면 떨어질 때를 걱정할 건 없어."

라고 신문 읽는 자세를 무너뜨리는 일 없이 말했던 것이다.

 

 

그녀는 입술을 그리며 예전에 가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화장은 여자의 특권이니까 그걸 안 하는 건 태만이다-.

그 말을 나미카에게 해줬더니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건 마더콤플렉스의 반증이야-.

 

 

"어떤 식으로든 모두의 마음이 다 흡족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아.

네가 이미 마음을 정했다면 그 결심대로 하면 돼.

아버님도 이해시키고 주위 사람들 모두에게 축복을 받으며 길을 떠나겠다는 건

어떻게 보면 자기중심적인 생각이야.

게다가 딸로서 아버님을 설득하려고 하는 건 너무 오만한 짓이라고 나는 생각해."

그럴지도 모른다고 사토코는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길을 내 마음대로 선택한 것이니까 그에 따른 시련은 각오했을 텐데도

아버지가 꼭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리광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불가능한 건 아무리 고민해봐도 불가능할 뿐이야."

"어느 학자의 말인데,"

가가가 목소리의 톤을 바꾸었다. 그럴싸한 농담을 내뱉을 때의 톤이었다.

"어떤 일을 증명하려고 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보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훨씬 더 어렵다던데? 그 의견에 나도 동감이야."

 

 

공기의 흐름이 멎고 소리가 빠져나간 듯한 공간에서 두 사람 사이를 몇 초인가의 시간이 흘러갔다.

 

 

"언제라도 진실이라는 건 볼품없는 것이야. 그건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단다."

"거짓에 의지하는 삶에 가치가 있을까요?"

"거짓인지 진실인지, 그걸 어느 누가 판정할 수 있지?"

 

 

굳이 말하자면, 이것이 우리의 졸업 의식이라고 가가는 생각했다.

긴 시간을 들여 언젠가는 무너져버릴 나무토막을 쌓아온 것이라면

그것을 무너뜨렸을 때 비로소 우리가 건너온 한 시대를 완성시킬 수 있으리라.

 









Posted by 超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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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쥐어져있는건단지,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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