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2014, 드라마, 일본, 2시간 6분

 

감독 : 요시다 다이하치

출연 : 미야자와 리에, 이케마츠 소스케, 오시마 유코, 다나베 세이치, 콘도 요시마사, 이시바시 렌지, 고바야시 사토미, 타이라 유나

 

 

 

별점 ●●●◐○

 

 

 

[ 지극히 주관적인, 한 마디 ]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기 위해 선택한 가짜 선행이라는 위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곳, 고맙다는 한 마디.

 

 

 

 

 

+

 

1.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2. 여러 모로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일본판.

제약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대담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상처가 있고 외로우며 어딘가에 속하기를 원하는 주인공.

3. 전개가 황당하긴 하지만, 그래도 꽤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인간 군상이라는 것이 그렇듯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인데,

카드도 혼자 못 만들 정도로 의존적이고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인간이 대담하게 변해가고,

외도 상대인 코타도 처음엔 절대 안된다며 거절하더니,

점점 받는 데에 익숙해져서는 돈을 조금만 갚는 다던지 마음대로 대학을 때려친다던지 (절실하지 않으니까),

남편 역시 처음에는 전근 얘기도 상의 없이 통보식으로 그 와중에 당연하게 일 그만두라고 말하는 쓰레기인데다

기분 좋게 산 시계 선물을 은근슬쩍 무시하며 다시 새로운 시계를 선물할 정도로 무심한 양반이지만,

역시 곁에 없으니 외로운건지 따뜻하게 변해간다.

4. 사람이 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면서도 타락하는 것은 왜 이렇게 쉬운지.

모랄도 엔트로피의 일종인가 싶다.

 

5.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 중에 남을 도와주면서 나는 필요한 인간이라는 확신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내가 살아있다는 걸 상기시켜주니까.

아이를 도와주던 동정심이, 그 때의 그 '고맙다'는 편지가 주던 뿌듯함이 외도 상대를 통해 다시 깨어나서,

이것이 나의 인생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어느 쪽이 가짜 인생인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6. 결국 고맙다는 말에, 그 인정에 중독되어서 거기서 자존감을 얻고, 삶의 의미를 찾고.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고,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는 법.

모든 게 한꺼번에 끝나버리고, 가짜로 만들어놓은 자존감도 무너지고,

결국 그녀는 모든 책임을 지고 전보다 못한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 진짜 인생이 가짜인 것이다.

마지막 '가짜라서 진짜로 하고 싶은 걸 한다' 는 말이 뇌리에 팍.

7. 사랑받지 못하고 무시당하고 돈도 부족하고. 

이 모든 걸 하나씩 충족하면서 다시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진 것일 듯.

사랑은 외도상대로부터, 인정은 고객으로부터, 돈은 은행으로부터.

그녀가 일을 시작한 이유도 알려주진 않지만,

초반 식탁에서 말하는 장면부터 내내 보여주는 남편의 태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8. 또한 잊고 있었던 스스로 선택하는 방법 역시 횡령을 통해 깨어나고.

모르긴 몰라도, 그녀에게 있어서 잠깐의 일탈 (손님의 돈으로 부족한 금액을 채우고, 다시 메운 것)이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9. 어쩌면 그녀는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남들 다 하는 흔한 일조차 못 할 정도로 자존감이 낮은데,

이를 얻기 위해 가짜로라도 선행을 하며 최소한의 행동기반을 얻은 걸지도.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의 범위조차 스스로 정할 수 없으니, 그게 자기를 변호할 변명이 되어서.

 10. 그녀의 과거를 자세히 알 순 없지만,

어린 시절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는 아버지와 지갑에서 돈을 훔쳐가도 말이 없는 장면에서 유추하건데,

어린 시절부터 외로웠을 지도 모른다.

마지막 스미상에게 따지는 장면에서 역시 피해의식에 절어있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궁지에 몰아넣은 것은 자신이면서 누굴 탓하는 거야.

 

11. 초반에는 지루하더니 중반부터 시간이 훅훅 갔다.

쓸데없는 베드씬이 너무 많은 것 같지만, 뭐. 주인공 배우가 젊었을 적 그런 쪽으로 유명했다고 하니.

그 와중에 베드씬 BGM도 일본 감성이다. 안 어울리는 듯 몽환적이고 귀엽고.
12. 일본영화에는 묘한 감성이 있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할 독특한 느낌이 있다.

현실을 그리고 있는데도 판타지같고 어찌보면 조금 유치한. 그리고 잔잔한. 임팩트나 클라이막스가 없는...

 그래서 일본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에서는 강력한 한 방이 존재한다.

유리창이 깨지면서 응어리진 무언가가 펑 폭발하는 장면.

거기서 모든 것이 끝난다. 영화도, 그녀의 '가짜'삶도.

13. 그 이후의 삶이 딱히 '진짜'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결과물을 봤으니까.

그녀의 인생을 다시 그리게 한 계기를 봤으니까.

도망자 신분으로도 그나마 행복하지 않았을까.


14. 가위로 잘라지는 종이달처럼, 파도에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종이로 만들어진 가짜 달.

태양이 아닌 달의 슬프고 어두우며 그림자 드리워진 뒷면.

돈으로 만들어진, 낮이 되면 사라져버리는 그녀의 삶.

 

 

 

++

 

15. '스미' 역을 맡은 고바야시 사토미 님은 [카모메 식당] 그분이 맞습니다.

머리를 초코송이로 해놓으니 귀욤귀욤.

16. 14번에 쓴 말은 사실 뻥입니다.

낮이 되어도 달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잘 안 보일 뿐. - 설명충

 



 


 
 

 

Posted by 超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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