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드라마, 미국, 1시간 45분

 

감독 : 윌리암 H. 머시

출연 : 빌리 크루덥, 안톤 옐친, 펠리시티 허프먼, 셀레나 고메즈, 로렌스 피쉬번, 마일즈 헤이저, 케이시 트웬터, 데이비드 플래너리, 에릭 스타키,

제이미 정, 케이트 미쿠치, 수잔 크룰, 벤 크웰러, 윌리엄 H. 머시, 조 그레이엄, 알렉산드라 해리스, 린지 소여, 넬리 쉬우토, 스테이시 커닝햄 

 

 

 

별점 ●●●●◐

 

 

 

[ 지극히 주관적인, 한 마디 ]

 

방향키를 잃고 흔들려도, 잔잔한 물살만 있으면 흘러가리니.

 

 

 

 

 

+

 

1. 사건 - 좌절 - 극복 - 위기 - 절정 - 행복한 결말 이라는 뻔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충분히 스며들 수 있는 훌륭한 음악영화.

구조에 대한 접근이나 풀어내는 방식의 신선함이 한 몫 하기도 했고.

'살인 사건을 일으킨 아이의 아버지'에 관한 삶은, 아무래도 생경하지만 눈길을 끄는 소재.

2. 사실, 음악영화는 좋은 노래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마치 [비긴 어게인]처럼.

음악이란 상처를 보듬어 줄 가장 손쉬운 위로의 말이니까.

그리고 이 영화는 그 가치를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3. 처음 나온 조슈아의 노래들과 'I'm an asshole~' 부터

샘 (빌리 크루덥 분)의 솔로곡, 밴드 Rudderless의 공연, 배경에 깔리는 BGM까지.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매우 잘 어울리는 음악들.

 

4. '러덜리스 (Rudderless)'라는 제목 또한 탁월한데,

자유로워 보이지만 구속되어 있고, 놓아버린 것 같지만 미련이 가득한 샘의 삶이

항해하지 못하고, 항구도 아닌 동네 호수에 정박되어 있는 요트에 투영되어 있다.

그리고 그 요트의 이미지는 갈 곳을 잃고 흔들리는 그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마치 키가 없는 배처럼, 목적지 없이 풍랑에 흔들리는.

그런 의미에서 극 중의 '쿠엔틴'은 천재가 아닐까. 이런 적당한 이름을 생각해내다니.

 

5. 이 영화가 훌륭한 점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절제된 감정.

영화는 조슈아 (마일즈 헤이저 분) 가 어떤 기분으로 사건을 일으켰는지,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녹음 중간에 벌컥 문을 여는 친구라던지, 못해먹겠다는 투덜거림, 테이프에 녹음되어 있던 목소리 등,

또한 '전'부인 이라는 칭호와 엄마의 재혼, 나에겐 선택권이 없냐는 아버지와의 통화 정도가

그에게 방아쇠가 되진 않았을까 의심해볼 수 있는 정황이다.

영화는 지지부진하게 그의 과거나 환경,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저 최소한의 실마리만 던져줄 뿐이다.

그리고 쿠엔틴 (안톤 옐친 분) 에 관한 이야기 역시 그러하다.

극 중의 쿠엔틴이 그러하듯이 영화는 과거 이야기를 회피하고

보여주는 거라곤 몸 파는 여자로 착각할만한 어머니와 그의 입을 빌려서 말한 차 안에서 살았다는 과거 정도.

이렇게 턱없이 부족한 정보로 비중있는 사이드 캐릭터들의 슬픈 과거를 극도로 제한시킴으로써,

관객들이 온전히 샘에게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자질구레한 감정들은 배제할 수 있고, 그의 삶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6. 이 때문에 나 역시 그의 시점에 홀딱 빠져들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안타까워하고 있었고,

노래 좀 부를 수 있지! 하고 그의 편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이건 살인자의 노래다.

 

 

++

 

7. 항상 궁금해하던 질문이 있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다시금 떠올랐다.

죄의 '감정적' 공소시효란 얼마만큼일까. 그건 누가 정하는 것일까.

용서받을 수 있는 선이란 어느 정도일까.

8.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어떤 죄를 지었을 때, 죽일 듯이 달려드는 부류의 사람이 있다.

저 새끼 잡아 죽여야 한다느니, 아예 TV에는 얼씬도 못하게 해야 한다느니.

분명 법적으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죄라면 받는게 마땅하나,

죄값을 치르고 난 뒤에는 어떻게 해야하지?

'자숙'이라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8-1. 예를 들어, 누군가가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고 한다면 벌금을 물든 면허가 취소되든 죄값을 치른다.

그리고 자숙을 한다.

그렇다면 복귀시기는 누가 정하는가?

물론 위험한 일이고, 당장은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도 당연히 비난받아야할 범죄다.

영향력이 큰 유명인의 경우, 자숙도 없이 방송에 나온다면 '음주운전' 자체가 별거 아니라는 인식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 부분은 이해하지만, 이걸 평생 끌어안고 가야 한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음주 단속에 걸려 벌금을 냈다고 일을 그만두는 회사원은 없다.

죽어라 댓글다는 사람도, 이 글을 쓰는 나도 실수를 하며, 다신 하지 않겠다고 반성한다.

연예인도, 우리 모두도 신이 아니다.

심지어 신 조차도 실수를 하는데 한 번 정도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8-2. 두 번째로, 왕따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그룹이 있다.

당사자에게는 평생 끌어안고 갈 트라우마일테고 절대 재발해서는 안되며, 특히나 청소년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다.

보통 어린 층을 타겟으로 하는 아이돌이므로, 방송에 보이지 않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본다면 그들은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진실이든 거짓이든 반성도 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공소시효는 언제인가.

또한 대중들이 그들을 용서하고 말고 할 자격이 있는가?

평생 방송을 금지시켜야 할만한 명목이 되는가?

나도 그들을 매우 싫어하고, 왕따를 당한 피해 멤버의 불편과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다신 텔레비전에서 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대중에게 선택의 자유는 있지만 그들의 평생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

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이콧하고 보지 않는 것이 어쩌면 시청자로서 최고의 심판이지 않을까.

8-3. 그렇다면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실형을 살고 최근 출소한 연예인은 어떨까.

정-말 꼴도 보기 싫고 평생 소식 안듣고 살고 싶으니 집에만 처박혀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권리가 없다.

일단 죄값을 치뤘고, 신상도 공개되었으며, 어차피 손가락질 받으며 살거다.

그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분명 무슨 일이든 하긴 하겠지.

그러나 방송에 출연한다면, 그건 이야기가 다르다.

복귀는 무슨, 평생 출연 금지를 당해도 시원치않을 판이다. 방송국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만큼 죄질이 나쁘니까.

근데 이건 정당한 판단일까? 아니면 나의 '법감정' 때문일까? 판단 기준은 어디서 오는가.

('법감정'이란 법에 대해 갖는 감정을 말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그가 받은 형량이 부족하다거나, 너무 과중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판결을 수긍할 수 없는 감정을 말한다.)

8-4. 그렇다면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샘의 죄에 대한 가중치는 어떨까.

원론적으로 살인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고, 나는 아이가 잘못 자라는 데는 부모의 책임이 98% 이상이라고 믿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아이가 살인자라면, 그 부모가 받아야하는 비난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속죄의 기간, 사과의 정도는 얼마나 되어야할까.

아이가 일으킨 범죄때문에 그들은 평생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살는게 맞는 것일까?

묘비 앞에서 샘과 에밀리가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다.

에밀리가 피해자 부모들을 만나보라고 하지만, 샘은 거부한다. 나는 조슈아를 잘못키우지 않았다, 며.

어느 것이 옳은 지 모르겠다.

공감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내 자식이라면....

양쪽, 그리고 피해자 부모의 마음 모두 이해할 수 있으므로.

 

9. 굳이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잘못을 한다면 때로는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생각이 든다.

정말 증오하는 일을 저지른 사람에겐 비난을 퍼붓고 다신 보지 않지만, 이게 과연 그럴만한 일인가 생각할 때가 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죄값을 치러야 하고 평생 속죄도 해야 한다고 느끼지만, 그의 어디까지를 혐오해도 되는가 싶다.

10. 요즘 솜방망이 처벌과 정의없는 판단이, 직접 처단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켜서 더 분노로 들끓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11. 아직 스스로도 답을 정하지 못한 문제라 가끔 떠올리는데, [러덜리스]를 보고난 후 또 떠올라서 끄적끄적.

 

 

+++

 

12. 처음 [러덜리스] 포스터를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빌리 크루덥 (샘 役) 마이클 패스벤더 닮았다!

 

 러덜리스

 

처음 이 포스터를 보고, 깜놀했었지. 언제 음악 영화를 다 찍었대~? 하면서.

근데 아니었다.

 마이클 패스벤더

 

 

rudderless

닮지 않았나? 영화 초반에는 안닮았는데, 수염 기르고 덥수룩하게 나오니 닮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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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超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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