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안 돼요. 그러기엔 제가 욕심이 너무 많거든요. 그리고 누구든 다른 사람이 자기를 마음에 들어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하기가 쉬워져요.

 

 

당신이 나한테 무언가를 원한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방식에서 그걸 읽었어요. 당신이 나한테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나를 만나고 난 다음에야 말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무언가를 원한다는 사실만은 자명합니다. 달리 말하면 당신은 뭔가를 찾고 있는 겁니다. 그걸 모험이라고 합시다. 모험을 찾는 사람은 정작 모험을 하지는 못합니다. 맞죠?

 

 

저는 누구에게 동정 받는 걸 견디지 못합니다. 차라리 제가 누구를 동정하는 게 낫죠.(나 자신을 동정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건 저 혼자만의 일이니까요.)

 

 

당신 생각을 많이 해요.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그리고 그사이의 시간과 그 바로 앞, 바로 뒤 시간에도.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미아와의 만남이 좋았어요. 왜인지 아세요? (무척 불쾌하시겠지만 그래도 들으셔야 해요.) 드디어 제가 불행하기 때문에 만남이 좋았던 거예요. 미아는 제가 본래 늘 불행했는데 그걸 나 스스로는 물론 자기 앞에서도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하더군요. 미아는 그게 고맙다고 했어요. 슬픈 애기죠?

 

 

 

 

[일곱번째 파도]

 

 

이곳 사람들은 무척이나 거칠고 고집스러운 일곱번째 파도가 있다고들 해요. 처음 여섯 번의 파도는 예측할 수 있고 크기가 엇비슷하대요. 연이어 이는 여섯 번의 파도는 깜짝 놀랄 만한 일 같은 건 만들어내지 않아요. 일관성이 있다고나 할까요. 여섯 번의 파도는 멀리서 보면 서로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늘 같은 목적지를 향하죠. 그러나 일곱번째 파도는 조심해야 해요. 일곱번째 파도는 예측할 수 없어요. 오랫동안 눈에 띄지 않게 단조로운 도움닫기를 함께 하면서 앞선 파도들에 자신을 맞추지요. 하지만 때로는 갑자기 밀려오기도 해요. 일곱번째 파도는 거리낌 없이, 천진하게, 반란을 일으키듯, 모든 것을 씻어내고 새로 만들어놓아요. 일곱번째 파도 사전에 '예전'이란 없어요. '지금'만 있을 뿐. 그리고 그뒤에는 모든 게 달라져요. 더 좋아질까요, 나빠질까요? 그건 그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 그 파도에 온전히 몸을 맡길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판단할 수 있겠지요.

 

 

에미, 잔잔한 바다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아요. 그것도 다 성격에 맞아야 해요. 어떤 사람은 잔잔한 바다를 내면의 고요로 받아들이지만 어떤 사람은 끝없는 침체로 받아들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요, 사랑하는 에미. 나는 이제 물러갈게요. 눈을 감고 시간을 멈춰놓고 꿈을 꿔야겠어요. 그 꿈, 그리고 그걸 넘어선 꿈을.

 

 

 

 

 

 

 

 

 

 

 

 

 

 

 

Posted by 超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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