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액션, 미국, 1시간 54분

 

감독 : 브래드 페이튼

출연 : 드웨인 존슨,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칼라 구기노, 콜튼 하인즈, 폴 지아마티, 아트 파킨슨, 이안 그루퍼드, 아치 판자비, 윌 윤 리, 카일리 미노그

 

 

 

별점 ●●●○○

 

 

 

[ 지극히 주관적인, 한 마디 ]

 

딱 기대한만큼, 예상한만큼, 그만큼의 영화.

 

 

 

 

 

+

 

1. 재난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성공할만한 영화는 애초에 다 나왔고,

자연재해는 한정적이므로, 신선한 소재를 찾는 수밖에 없는데, - 예를 들어, [그래비티]같은 -

아무리 신선한 소재를 찾아도 전개나 결말이 빤하기에 클리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재난영화'라는 문구가 붙으면, 부서지고 무너지고 때려부수는 화려한 CG와 화면을 위해 보러가지 딱히 기대를 하진 않는다.

(게다가 지진 소재라니. 아무리 새로운 단층에 관한 현실성 높은 소재라도 뭐, 크게 신선할 거라는 생각은 하기 힘들다.)

이 영화 역시, 화면 좋고 스케일 크고 CG 훌륭한, 딱 그 정도, 내가 예상한, 모두가 기대한 딱 그만큼의 영화다.

 

2. 그래서 내용에 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고,

영화를 보는 데에 있어서 기대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개인의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웃기는 걸 보고 싶어서 코미디 영화를 보러갔는데 웃기지 않는다거나,

울고 싶어서 슬픈 영화를 보러 갔는데 때려 부수고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리가 없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럴 것이다 기대를 하고 특정한 감정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가니까.

그래서 마케팅이 중요한데, 덕분에 망한 영화가 그 유명한 [지구를 지켜라]와 [김씨 표류기].

 

3. 그러나 기대감이라는 건 비단 마케팅의 영역 뿐만이 아니다.

먼저 본 친구들의 이야기나 인터넷의 평가, 별점, 리뷰 등등

요즘 같이 남들의 의견을 접하기 쉬운 환경에서는 이것들이 나의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재밌다고 난리나서 기대하고 갔다가 너무 큰 기대로 실망한다던지,

재미없다고 욕이 난무하기에 기대 안하고 갔다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만족한다던지.

지금 [샌 안드레아스]라는 이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평이 그닥 좋지 않은 것도 알고 있었고, 재난 영화니까 딱히 기대도 안했고, 영화는 보고 싶은데 웬만한 영화는 다 봤고.

선택권이 없어서 봤기에 나의 기대치는 아예 바닥이었고, 그래서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라는 식의 3점을 줄 수 있었던 거다.

만약 내가 지질학 매니아라서 와 신선하겠다! 그 지층 완전 핫하잖아? 라면서 기대를 가지고 봤다면,

같은 내용이라도 3점을 줄 수 있었을까....? 아니라는 거다.

 

4. 그만큼 영화의 감상이라는 것은 개개인마다 달라질 수 있고,

심지어 개인조차도 그날의 기분이나 기대감,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러 갔는데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노래를 부르고 팝콘을 던지고 의자를 발로 찬다면,

아무래도 그 영화에 대한 기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

나 같은 경우도 [프레스티지]를 영화관에서 볼 당시,

수술 전이라 눈이 좋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안경까지 깜빡하는 바람에,

미리 예매해둔 맨 뒷자리에서 실눈을 떠가며 영화를 보았다.

그래서 우습게도 그 영화를 생각할때면 장면장면들이 필터를 씌운 듯 뿌-옇게 떠오른다.

 

5.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영향력의 역풍이 취좆의 영역으로 번지는 것 같아서.

어떻게 그게 재미없을 수가 있어?!!! 라던지, 넌 영화를 모르는구나? 라던지,

반대로 그게 어떻게 재미있을 수가 있어?!! 넌 영화를 모르는구나? 라던지.

거리낌없는 취좆이 너무 많이 늘었다.

아무리 재밌는 영화도 누군가에게는 재미없을 수 있는데,

아무리 재미없는 영화도 누군가에게는 즐거울 수 있는데 말이다.

당연한 거 아닌가.

그래서 평가를 할 때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까지도 생기는데,

얼마 전 [인터스텔라] 개봉 후 친구가 조심스레 했던 말이 떠오른다.

"너무 어렵고 시간도 길고 재미없었는데, 그거 재미없었다고 하니까 회사 동료들이 영화를 모른다고 하더라." 라며.

무슨 미친소리인지.

그 때문에 재미 없어도 재미있었던 척, 재미있어도 재미없었던 척 평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봤다니까 유치하다며 한참을 비웃은 미친놈이 생각나는군.

영화만큼 취향의 영역에 존재하는 문화도 별로 없는데, 영화를 모르는 게 누군지 모르겠다.

 

6. 또한 취향 뿐만 아니라 좋은 영화로 선정하는 기준이 다른 경우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신선한 소재와 시나리오'에 많은 점수를 주는 편이다.

그래서 구성이 좀 나빠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라도, 소재가 좋거나 시나리오가 신박하면 좋은 영화로 기억한다.

내 친구 K는 설레는 영화가 좋단다. 그래서 어떤 장면에서건 가슴이 두근두근하면, 좋은 영화라고 말한다.

다른 친구 Y는 배드엔딩을 싫어한다. 극 중 선역이 죽으면 일단 싫어한다. 뻔한 권선징악이라도 해피엔딩이 아니면 싫어한다.

또 다른 친구 J는 색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화가 지루해도 화면 색이 예쁘면 꼭 몇 번씩 다시 본다.

취향의 영역과 비슷한 듯 하지만 배우자를 정하는 것처럼,

이것만큼은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혹은 이것만큼은 절대 용납 못한다, 는 식의 본인 만의 기준도 평가에 크게 작용한다.

 

6. 어쨌든 그래서 영화의 느낌이나 평가는 본인의 생각이 제일 맞다.

평론가들의 말도 때로는 틀리고, 공감이 안된다.

평론가도 사람이니까 나와 취향이 다르고 기준이 다르다.

취향 비슷한 친구들과도 감상이 훅훅 갈린다.

보고 싶은 영화는 보고 나서 후회해도 늦지 않다.

주변의 의견은 적당히 수용하자.

내 의견과 달라도 취좆은 ㄴㄴ.

 

 

 

 

 

 

 

 

Posted by 超綠

블로그 이미지
손에쥐어져있는건단지,오늘.
超綠
Yesterday
Today
Total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