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원인은, 과거로부터 엄청나게 축적되어온 생각이라는 잡음이 현실의 오감을 통해 느끼는 정보를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일단 시야를 차단하고 자기 마음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쾌락이란,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다. 뇌가 고통이 줄어드는 것을 그만큼 즐거움이 늘어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


이메일을 쓸 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왠지 세련되지 못하며 무언가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날씨나 주변 상황에 대해 쓰는 것이 좋다. '비가 계속 와서 울적하군요.' 라든가 '추워서 싫어요.' 등 자신의 가치관이나 평가를 넣지 말고 사실만을 쓰도록 한다. '비가 와서 조금 습도가 높아진 방에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곳 날씨는 어떤지요?' 라든가, '지금 시계바늘이 정각 12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라든가, '보름달이 뜬 밤에 이렇게 메일을 드립니다.' 라든가 하는 식으로 마치 옛 소설에 나오는 편지글처럼 사실을 그대로 기록한다. 너무 의미 없는 문장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인사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상대의 자아를 자극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배려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오늘은 짜증이 났다.'에 머물지 말고, '○시 정도에 이런 이유로 짜증이 났는데, 그 후 1시간 정도 지나자 이런 일이 있어서 기뻤다.' 등으로 자세하게 쓴다. '저 가게 망했으면 좋겠다.'라고 감정적으로 쓰지 말고, '저 가게가 망했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나는 화가 났다.'라고 쓴다. 분노를 그대로 쏟아 놓는 것이 아니라, 분노를 품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그대로 기록하기 위한 것이다.


한 실험에서 팔에 전기자극으로 통증을 준 뒤, 진통제라고 속인 가짜약을 발라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정말 고통이 사라지는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났지요. 그런 효과가 나타나는 과정을 조사해 보았더니, 연골 속의 '하행성 통증억제계'라는 시스템, 즉 통증이 신체를 지나 뇌에 이르는 것을 막는 시스템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고통이 정말 차단되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 과정은 몰핀이 우리 몸에서 작용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 다음 단계가 또 재미있는데요. 몰핀의 작용을 막는 약이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마약의존증 환자에게 사용되는 낼럭손은 몰핀을 복용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만들지요. 그리고 플라시보 효과도 나타나지 못하게 만듭니다. 낼럭손은 단순한 화학물질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몰핀의 물질적인 효과와 플라시보의 정신적인 효과를 모두 통제합니다. 물질적인 세계와 정신적인 세계는 연결된 것이지요.


스트레스를 끌어내는 약을 링거 주사로 주입하면, 스트레스성 호르몬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그런데 이때 피실험자의 손에 언제든 주사를 멈출 수 있는 버튼을 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일단, 피실험자 대부분은 중간에 버튼을 눌러 실험을 멈추거나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끝까지 마치는데, 아무래도 스트레스성 호르몬 상승량이 예상치의 5분의 1정도에 머물렀기 때문에 별로 고통스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같은 양을 주사해도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성 호르몬의 상승이 줄어든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신체적인 스트레스도 결국 의식의 문제가 되는 거지요.





Posted by 超綠

블로그 이미지
손에쥐어져있는건단지,오늘.
超綠
Yesterday
Today
Total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