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3. 18:43 ♪일상/서재
[정혜신·이명수] 홀가분
'만약 백 미터 늦게 달리기가 있어서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 출발선에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백 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버릴 것' - 이원규, [ 속도 ]
나의 별스러움을 허물로 생각하지 않고 나만의 특별함으로 봐주는 사람.
많은 경우 20대에는 그런 기이한 자신감이 삶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나를 표현하는 일에서 현재의 사회적 직위나 재산 등 후광효과에 의지하기 시작합니다. 내적 자신감은 뒷전에 있고요.
본인이 의식하든 못하든,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잘 안 될 때를 대비해서 핑곗거리를 만들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날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일부러 잠을 덜 자는 식의 의식·무의식적 방법으로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자기핸디캡 전략의 최종 목적은 자존심을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자존심은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려는 마음이라서 어떤 경우엔 내 자존심이 남들 눈엔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쓸데없는 자존심'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세상에 쓸데없는 자존심이란 없지요. 그러므로, 어떤 상황, 누구의 자존심도 쓸데없다 힐난하지 않고 먼저 인정부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꽃피는 소리를 내가 듣지 못한다고 하루라도 꽃이 피고 지지 않는 날이 있던가요. 우리가 미처 모른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영화 [매트릭스]의 그 유명한 대사처럼 케이크를 보는 것과 먹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사람들이 같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매사에 보는 것과 먹는 것을 꼭 일치시킬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펠레나 마라도나가 가장 훌륭한 축구 감독이 되는 건 아닌 것처럼 과거의 역사를 산 경험이 없어도 탁월한 역사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건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니까요.
모자람이 성취의 가장 중요한 동기라는 성공신화는 어떤 경우엔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잠언이 됩니다. 지금 무언가 모자란다고 느낀다면 '조만간 무엇을 이루겠구나'하는 신호일지도요.
침묵 직전의 이야기에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듯이 심리적 휴지기 뒤에는 반드시 삶의 고갱이가 있다.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당신은 훨씬 특별한 감정일 것이다."
한 개인의 삶에서도 그런 역사적 순간들이 있습니다. 본인은 미처 몰랐겠지만 어떤 이별이나 선택, 새로운 몰두는 이후 자신의 삶에서 더할 수 없이 중요한 역사적 순간이 되곤 합니다.
어쩜 당신은 지금, 홀로 어떤 역사적 현장을 목격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현장을 오롯이 볼 수 있고, 그 의미를 예견해야 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오직 단 한 사람 자신 뿐입니다.
역사의 현장을 홀로 감당하고 있는 당신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냅니다.
어떤 사람이나 현상에 대해 고개까지 주억거리며 '어쩐지...' 하는 느낌이 지나치게 강하다 싶을 땐 강제로라도 멈춤 표지판을 세우고 찬찬히 되짚어야 진짜 결을 놓치지 않습니다.
눈물도 말[言]입니다.
한 성직자는 '수도자는 위선적으로라도 겸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면 위선도 뛰어넘게 된다는 거지요. 나의 선한 행동이 이중적이라는 느낌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있더라도 계속하다 보면 결국 그 이중성을 뛰어넘어 내 본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도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듯한 자신의 이중성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에게 저는 오히려 더 다중적으로 살아도 된다고 충동질하곤 합니다.
그가 진로를 바꾼 이유는 단순하고도 명쾌합니다. 취직 잘하고 돈이나 잘 벌자고 생각했었지만 그건 원래부터 돈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돈보다 중요한 걸 찾지 못해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행위나 심정을 넘겨짚는 것은 안 좋은 일'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니 꿈은 내가 꾼다'고 말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선의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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